알쓸신잡으로 유명한 이영하 작가가 쓴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제작한 살인자의 기억법.

영화 평론가 이동진씨의 평에 의하면 "원작의 매력을 발라낸 각색"이라고 할 정도의 혹평이었다.
게다가 영화 오리지널판의 결말은 익히 유명한 것처럼 관객들의 상상에 맡기는 오픈 결말. 


개인적으로 오픈 엔딩에 대한 감상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관객들로 하여금 갑론을박이 벌어지도록 하여 이슈화르 시키고
감독으로서의 부족한 재능을 관객들에게 떠넘기는 아주 불합리한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리지널판이 개봉하였을때는 보러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11월 1일 감독판이 개봉하였는데

오리지널판보다 10분정도 길어진 러닝타임에, 
청불 등급으로 필요한 감정씬들을 조금 더 넣고, 뺄건 조금 더 빼서 결말을 다르게 구성했다고 하였다.


이정도면 볼만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VOD를 구입해서 봄.


일단, 영화의 결말은 포스터에 다 공개되어있다 :) ㅋㅋㅋㅋㅋ 이런 친절한 감독 같으니라고.


오리지널은 표정을 알 수 없는(애매모호한)
감독판은 한쪽입고리가 씰룩 올라간(대놓고 작정한)

처자식을 버리고 송윤아랑 바람이 났다는 이유로 설경구를 좋아하지는 않는다만,
연기만큼은 정말 인정.


첫 등장씬부터 한쪽눈을 파르르 떨며 나이 들고 힘이 없어진 노인임을 연기로 보여주는데
이래서 설경구를 캐스팅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는 치매에 걸려 기억이 점점 지워지고, 살인에 대한 습관만 남은 노인이었다.
자신이 자꾸 잊을때에 대비해서 항시 녹음기를 들고다니며 자신에 대한 행동에 대해 기록한다.



선과악이 불분명한 김남길.
감독은 마지막까지 김남길에 대해 의문문과 떡밥만 지속적으로 흘려주다, 영화가 끝마치기 3분전부터 이에 대한 정보를 쏟아낸다.

고민해라, 생각해라, 오해해라, 헷갈리게 만들어주마! 를 위해 작정하고 집어 넣은 캐릭터




그리고 설현.

아이돌설현에서 연기자 김설현으로의 변신 시도 중.

개인적으로는 어리벙벙 + 뭔지 모를 슬픔을 가지고 있는 + 그러다 오열
이런 연기는 연기자가 하기 가장 쉬운 연기라고 생각을 하는 편이라

아직 연기자로 제대로 변신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덥똑하라! 의 이미지가 아직 너무 강하다 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스타 티켓파워를 위해 이정도 캐스팅은 나쁘지 않지. 라는 생각정도 듬.

오달수 아재. 연기를 항상 맛깔나게 잘한다.

연기의 톤과 폼은 거의 항상 일정하지만, 그 만의 매력이 있어서 좋다.

주인공이 굳이 시를 배울 필요가 없는데 문화센터에 시를 배우러 가는 장면이 나온다.
시선생(이병준)은 쓸데없는 개그나 치는 듯이 보이지만..118분의 러닝타임에서 쓸데없이 버리는 장면은 없다. 

시선생이 말하는 바가 이 영화의 결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는 악(惡)을 이해하고 싶다고 했다. 그 진부함이 나를 웃겼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악을 왜 이해하려 하시오?” “알아야 피할 수 있을 테니까요.”
나는 말했다. “알 수 있다면 그것은 악이 아니오. 기도나 하시오. 악이 당신을 비켜갈 수 있도록.”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그에게 덧붙였다.
“무서운 건 악이 아니오. 시간이지. 아무도 그걸 이길 수가 없거든.”

그리고 문화센터에서 만나게되는 조연주 역할의 황석정씨.
이런 싼티나는 역할을 너무...ㅋㅋㅋ 너무 잘하신다.



병수를 위해 늘 기도하는 마리아 수녀.



관객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할 작정을 하고

 알고보니 환상이었다는 둥, 기억이 짤렸다는 둥
중반까지는 떡밥의 향연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을 정도여서 오히려 영화의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아 뭐야 또야 ㅡㅡ...


그러다 마지막 장면은 머리를 띵 하게 만들정도 ㅋㅋ



약간의 단점들도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경구의 소름돋는 연기와 깔끔하게 떨어지는 감독판의 결말은

이 영화를 평범한 영화에서, 봐줄만한 영화로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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