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일 38주 하고 1일차.
첫 내진을 받았는데 넘모 아팠다.

7시 반쯤 나가서 집 앞 산책로를 한시간반쯤 산책하고
이제 좀 쉬어볼까 하는데 가진통이 오기 시작...
기껏해야 생리통 수준(?)이라 이게 설마 가진통이겠어 내진한 날 아프다고 한 그거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한시간 뒤 양수가 터져버렸다.

바로 분만실로....


밤에 너무 아파하니까 12시 조금 넘어서 원래 이렇게 미리 드리지 않는다는 설명과 함께 무통주사를 놔주셨다.
무통이 조금이라도 효과있을때 잠을 자두면 자궁문이 잘 벌어진다고 요가원선생님께 설명 들었던게 생각나서 잠을 청해보았지만 도무지 잠은 오지 않고 시간은 새벽 3시...



다시 점점 심해지는 고통에 악 소리만 내고 있으니 다시 한번 간호사들이 내진 후 3~4cm이상 벌어져있다면 무통을 놔주겠다는 설명과 함께 4cm인것을 확인. 3시 20분경 무통주사를 놔주셨는데 잠시 잠잠해지는것 같더니 4시쯤부터는 다시 참을 수 없을 만큼 너무나 아프기 시작했다.
4시 20분에 간호사들이 달려오더니 자궁문이 7cm정도 열렸다며 바로 분만 준비에 들어감.
내 기준 40분동안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이었다 진심...........

다리를 더 벌리고 안으로 당기면서 배로는 응가하듯 힘을 주라는데
다리를 벌리면서 힘을 주는게 도무지 안되는거다. 유연성이 없어서인지.........
거기다가 손엔 다한증이 있어서 링겔 꽂아둔 테이프가 고정이 안되서 왼손은 바늘이 너덜거리고 있고ㅠㅠ
심지어 힘을 너무 못준다며 힘주는 연습을 하셔야겠다며 간호사들은 잠시 나가있고
몸을 ~~한 자세로 옆으로 돌려서 힘주는 연습만 해보라고 했다.
근데 되야 말이지ㅠㅠ 진짜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못하겠어요 안되겠어요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하고 소리만 질렀다.
잠시 남편을 분만실로 들여보내줘서 이 광경을 남편이 보게되었는데 진짜 힘들어보여서 눈물이 났다고 한다ㅜㅠ
3분쯤 뒤 들어온 간호사가 남편을 내보내고 다시 한번 자세잡고 분만을 시도하는데,
지금은 애기가 너무 내려와서 제왕도 불가능해요! 산모님 힘주세요!
하는 소리가 사형선고로 느껴졌다. 여기서 아 나 죽는구나 했었는데...
네, 지금 잘하고 계세요! 로 어느샌가 외침이 바뀌었다.
내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잘 달래서 계속 시도하게 하려는 수작(?)이구나 하고 믿지 않았는데
갑자기 의사를 콜하는 소리가 들림.
에엥 진짜로 나오는건가?? 하면서 의사를 기다리는데 의사가 올라오기까지 한 10분 걸림. 와 그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나 지옥같았다.

의사 집도 이후 뿌애애앵 하는 소리와 함께 어느새 내 팔에 들려있는 아기............
분만한 사실을 느끼긴했는데
뱃속에 태반이 안나온 상태라 태반 빼내느라 여전히 통증을 느끼고 있어서ㅜㅜ 아픔에 진짜 미치는 줄 알았다.
그와중에 머리 나오고도 나온줄 모르고 계속 힘을 주느라
애가 스스로 나와야한다는 어깨나 몸통도 내 힘으로 빼버려서 회음부가 지나치게 찢어져서
회음부 꿰매는데만 30분 넘게 소요됐다.

여담인데, 남편이 분만시작한 후 핸드폰으로 음성녹음을 틀어놓고 분만실 앞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음성파일엔 내 고통에 찬 비명과, 아기가 나옴을 느낀 후 힘빼도 돼요? 하고 묻자마자 뿌애앵하고 들리는 아기 목소리..
세상 가장 힘든 순간이었는데, 감동과 뭔가 모를 웃음을 동시에 느낄수 있었다.

병원에서 출산과정을 동영상 촬영해주는 곳도 있던데 우리병원은 그게 아니라서..
그래도 남편이 음성 녹음해준것만 들어도 좋았다.
동영상 제작을 해주지 않는 병원이라면 핸드폰으로 음성녹음 정도 해놔도 괜찮을듯.
오즈모도 준비해놨지만 막상 분만시엔 쓸 경황도 여유도 없었다고한다 ㅋㅋ

그렇게 분만 후 휠체어를 타고 병실로 입원하고..........
줄줄 흐르는 피를 처리하며 밤 샌 상태에서 또 소변을 봐야한다며 3시간동안 물먹으면서 소변빼기 시도하고 실패해서 소변줄 차고ㅠㅠ
그러다 비몽사몽으로 아기 첫 면회를 할 수 있었다.
분만 과정중에 오래걸린 아이는
두상 변형이 올 수 있고(한달쯤 걸려 회복된다고 함)
멍이 들 수도 있다고 했는데
의외로 멍도 두상 변형도 없었다.
추후 간호사한테 물어보니 분만 시작 후 40분 걸려서 뺀거면 그래도 빨리 뺀 편이라고...

볼 수 있는 시간도 정해져있고
볼 수 있는 가족도 정해져있고
시국이 시국인지라 그전에도 관리가 빡센 신생아, 더 잘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나마 유리창 너머로 손 흔들며 안녕.........할수 있는 수준

그래도 오전 오후 두번 찾아가서 보고왔는데

오전과 오후 얼굴이 뭔가 달라짐.
게다가 오전에는 눈도 못 떴는데 오후에는 눈은 뜨고 꿈뻑 거리는게
되게 백치미 있어보였다.................
객관적으로 예쁜 아기의 모습이 아니라는걸 잘 알고 있는데도
나한테는 귀여워보인다는게 너무 신기했다.
남편한테는 임신기간 중 동시에 3개의 자격증 시험을 신청했는데
그중 쉽게 딴 한국사와 워드는 전혀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그만큼 고생하고 딴 컴활은 좀 더 가치있게 느껴지듯
임신 기간 내내 심하게 몸고생 마음고생해서 낳은 아이라 더 그런게 아닐까 라는 ..
(남편은 이 말에 비웃었다)

ㅠㅠ
출산 사실을 알리고 난 뒤 친구가 보내준 동화.

임신한 사실이 임신 기간 내내 싫었고
임산해서 내 인생이 달라지게 된다는게 너무 싫었는데

저 동화를 보고 나서 심장이 지릿했다.
포스팅을 하면서 다시 보면서도 눈물이 나네ㅠㅠ
예쁜 마음으로 태교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내 생각만 해서 미안해.
뱃속에서 사랑을 덜 준거
낳아서 더 큰 사랑으로 키워줄게.

나한테 와줘서 고마와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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